의료칼럼

가임력 보존 위한 '난자 냉동'

작성일 : 2024-01-08 조회 : 746
김무희 (창원한마음병원 난임센터 교수)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결혼과 출산 연령이 늦어지면서 난임이 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난임부부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최근 난자 냉동에 관한 지원에도 나선 것을 보면 난임 극복이 국가적 과제임을 더욱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여성의 사회적 나이와 가임력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난소는 여성의 건강을 좌우하는 중요한 신체 기관으로, 난자를 배출하고 여성호르몬을 분비하며 임신과 출산에 영향을 미친다. 계속해서 정자를 만들어내는 남성과 달리 여성은 약 200만 개의 미성숙 난자인 ‘원시 난포’를 갖고 태어나는데, 초경부터 폐경까지 월 1회 배란기에 배출한다. 초경을 기점으로 매월 성숙된 난자를 하나씩 배출하면서 난자의 수가 줄어든다. 게다가 난자의 노화 속도는 인체의 다른 세포와 비교했을 때 빠른 편이며, 나이가 들면서 난포의 개수가 감소하고 난소 기능도 저하된다. 특히 만 35세부터는 급격하게 감소한다. 가령, 20대 초반 여성은 정상 난자 80%, 비정상 난자가 약 20%인 반면 40대 여성의 경우 비정상 난자가 80% 이상이다. 물론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난소 기능은 조금씩 다르고, 같은 나이의 여성일지라도 원시난포의 수는 100배까지도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여성의 생물학적 나이와 난자의 질은 반비례한다고 봐야 한다. 종종 난임 검사를 통해서 난소 나이가 젊게 나오면 임신 성공률이 높다고 생각하는데, 난소 나이보다 실제 나이가 절대적이다. 되도록이면 만 35세 전에 임신·출산을 권고하는 이유이며, 생식 능력이 좋을 때인 젊은 나이에 난자를 냉동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는 이유다.


30대 여성이며 향후 임신을 계획한다면 34~38세에 난자 냉동을 고려해볼 만하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생물학적 나이에 따른 임신 성공률은 큰 차이를 보인다. 본래 난자 냉동은 방사선치료, 항암치료나 난소 수술 등을 앞두고 미래 임신과 출산을 대비하는 의료상의 목적으로 시행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젊은 나이에 냉동해 두어 실제 임신을 시도할 때 임신 가능성이 커지기를 기대하는 예비적인 목적으로 난자 냉동이 많이 시행되고 있다. 35세 이상 여성은 난자 냉동 전에 난소 나이 검사로 불리는 AMH(항뮬러관호르몬) 검사를 통해 여러 호르몬을 체크할 수 있다.


난자 냉동은 배란 유도 주사를 통해 여러 개의 난포를 키우고 수면마취 하에 난자를 채취한 후 냉동하는 방법인데, 시험관아기시술의 일부와 유사하다. 과배란 유도를 위해 매일 자가 피하주사를 놓고 7~10일 정도 기간을 거쳐 과배란 유도 주사를 놓는다. 채취할 수 있는 크기의 난포가 자라면 바늘로 난자를 몸 밖으로 꺼낸 뒤 극저온 상태에서 보관한다. 예전에는 난자 냉동 시 완만동결법으로 해동하면서 난자의 생존율이 낮았으나 현재는 유리화동결법이라는 급속 냉동 방법으로 물리적 손상 없이 난자를 해동해 내는 확률이 높아져 난자의 수정률이 최대 70~80%로 증가하였다. 배란 유도 주사를 놓는 과정이 낯설 수 있지만 통증이 심하다거나 몸이 극도로 상하거나 하는 등의 어려움은 아니므로 고려해 볼 만하다. 단, 호르몬 투여 등으로 몸이 피곤하거나 하복부 통증, 소화불량, 체중 증가 등의 일부 증상을 겪을 수 있다. 일시적인 증상으로 시간이 지나면 회복된다.


창원한마음병원 난임센터에서는 이러한 난자 냉동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개개인의 삶의 형태가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므로 결혼, 출산을 장려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향후 임신과 출산에 관한 계획이 있다면 한 해라도 이를 때 난자 냉동을 추천한다. 이를 위해 전문의를 찾아 상담하고 개개인에게 맞게 대비하기를 바란다.